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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강의 들으러 갔다가 대출 상담만 받고 온 날

강의실 문을 열기까지 고민했던 시간들

솔직히 말하면 주식 계좌나 들여다보는 게 마음 편한 사람인데, 주변에서 하도 부동산 이야기가 끊이질 않으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2030 세대 자산 격차가 벌어진다는 뉴스 기사를 볼 때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건 어쩔 수 없더라. 그래서 큰맘 먹고 강남역 근처에서 열리는 부동산 기초 강의를 신청했다. 참가비는 5만 원 정도였는데, 이게 비싼 건지 싼 건지도 모른 채 결제했다. 강의실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가 앉아 있었다. 나처럼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온 사람들이겠지. 강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는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듣는 내내 머릿속으로는 이미 아파트 청약 가점을 계산하고 있었다.

부동산 공부가 주식보다 어렵게 느껴진 이유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쏟아지는 전문 용어들에 정신이 혼미했다. ETF나 주식은 그냥 키움증권 앱 켜서 사고팔면 그만인데, 부동산은 공부할 게 왜 이렇게 많은지. 경매 강의를 들을 때는 더했다.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권리분석이니 말소기준권리니 하는 것들이 내 일상과 전혀 상관없는 외계어처럼 들렸다. 강사는 칠판에 복잡한 수식을 적어가며 수익률을 계산했는데, 막상 현실의 부동산 시장은 그 수식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게 문제였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이미 세 번째 강의라며 여유를 부리는데, 나는 첫 수업부터 낙오자가 된 기분이었다.

팝업스토어 이야기만 기억에 남는 아이러니

강의 중간에 강사가 요즘 상업용 부동산 트렌드라며 팝업스토어 이야기를 한참 했다. 강남 한복판에 팝업을 열면 월세가 얼마고, 이게 어떻게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데 사실 공부하러 온 입장에서는 좀 딴 세상 이야기 같았다. 나는 당장 전세금을 빼서 어디 작은 오피스텔이라도 하나 알아봐야 하나 고민 중인데, 대형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문득 강사가 ‘부동산은 발품이 절반’이라며 다음 주에는 임장을 가자고 했다. 평일 낮에 임장을 가려면 반차를 내야 하는데,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은 의문이 수업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은 대출 상담으로 끝난 하루

강의가 끝나고 상담 부스가 마련되어 있길래 홀린 듯이 앉았다. 대출 한도가 얼마나 나오는지, 요즘 같은 고금리에 매수하는 게 정말 맞는지 물어봤다. 상담사는 친절했지만, 대답은 결국 ‘개인 소득과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다’는 뻔한 결론이었다. 내가 가진 재산이라고 해봐야 예적금 몇 푼과 임대차 보증금이 전부인데, 그걸로 뭘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상담사는 ‘지금 공급이 부족해서 하반기에도 가격이 오를 것 같다’며 은근히 투자를 부추겼다. 그 말을 듣고 나오는데, 갑자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인가 싶더라.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면서 생각해보니, 오늘 5만 원을 내고 얻은 건 확실한 정답이 아니라 더 큰 불안감뿐이었다. 부동산은 주식처럼 손절매 버튼을 누른다고 바로 처분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경매 강의를 들으면 뭔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법률적인 리스크가 더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주 임장 강의에 나갈지 말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분명 도움이 되는 정보였을 텐데, 돌아오는 길의 마음은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다. 오늘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려 했지만, 메모장에 적힌 건 온통 어려운 단어뿐이다. 그냥 다음 주에는 회사 일에나 집중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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