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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퇴사하고 나는 아직도 차트만 들여다본다

친구의 퇴사 소식을 듣던 날의 기억

친구가 주식으로 꽤 큰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무심코 켰던 SNS에서 그 친구의 유럽 여행 사진이 피드에 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이 엑셀 파일을 들여다보며 야근을 하던 동료였는데, 갑자기 퇴사하고 파리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와인을 마시고 있다니 기분이 묘했다. 다들 똑같이 월급 받으면서 아등바등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괜히 심술이 나서 친구의 계정을 언팔로우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쪼잔한 행동이었는데, 그땐 그 화면을 계속 보고 있는 게 왠지 모르게 속이 쓰렸다.

차트를 보는 방식이 잘못된 걸까

그 친구는 주식 공부를 따로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냥 이름 들어본 회사나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주식에 무작정 넣었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 풀렸단다. 나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매일 HTS를 켜놓고 캔들 차트를 돌려보는 게 일과였다. 나스닥이 하락하면 왜 떨어지는지 이유를 찾으려 애썼고, 삼양식품 주가 흐름 같은 걸 보면서 나름대로 저점 매수 타이밍을 잡겠다고 분봉까지 쪼개서 봤다. 주식수익률계산기를 두드리며 ‘이렇게만 수익이 나면 연봉은 넘겠지’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런데 막상 계좌를 열어보면 수익은커녕 수수료만 빠져나가는 일이 태반이었다. 내가 보는 차트가 남들이 보는 것과 다른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운이 지지리도 없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너무 넓은 화면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최근에는 태블릿이나 화면이 넓은 스마트폰으로 차트를 보는 게 좋다는 말을 듣고 기기를 바꿔볼까 고민도 했다. 확실히 예전처럼 휴대폰 화면을 여러 번 넘기면서 거래목록을 확인하는 건 답답하긴 했다. 태블릿PC처럼 화면을 넓게 쓰면 관심 종목을 동시에 띄워두고 시장의 자금이 반도체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장비가 좋아진다고 해서 내 계좌의 빨간 불이 들어올 리는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자꾸만 이런 거에 눈이 간다. 화면이 넓어지면 코인 차트도 같이 띄워놓고 단타라도 쳐보고 싶어질 것 같은데, 그러면 정말 답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장외거래와 무상증자의 늪

주변에서는 장외거래니 무상증자니 하는 소리들이 들려올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확실히 공개된 시장보다 정보가 느린 내가 뛰어들기엔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가끔 보면 여기서 대박을 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돌기도 한다. 특히 투자신탁 관련해서 고민을 하다가도, 결국 나 같은 개인은 차트 한 장 띄워놓고 끙끙 앓는 게 전부인가 싶다. 누가 옆에서 무슨 종목이 좋다더라 하면 ‘그게 정말일까’ 싶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주식 어플을 켜서 호가창을 본다. 몇 달 전엔 큰맘 먹고 수백만 원 정도를 굴려봤는데, 변동성에 가슴이 콩닥거려서 결국 본전 근처에서 다 팔아버렸다. 그러고 나니 다시 오르는 주가를 보며 얼마나 허탈했는지 모른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지금도 매일같이 시장 상황을 살피지만, 며칠간의 짧은 흐름만 봐서는 도저히 전체 그림을 알 수가 없다. 주 단위, 월 단위로 길게 늘어놓고 봐도 여기가 꼭대기인지 바닥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친구는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갔는데, 나는 오늘도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싣고 내일은 또 어떤 차트가 그려질지 걱정하며 잠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공부를 더 한다고 해서 수익이 보장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남들은 금이니 비트코인이니 핀테크니 하면서 돈을 굴린다는데, 나는 아직도 차트의 모양에 집착하면서 이게 맞는 길인지 의구심만 품고 있는 것 같다. 퇴사한 친구는 지금쯤 행복할까. 나중에 나도 그 친구처럼 웃으면서 주식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아니면 평생 이렇게 차트만 보다가 끝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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