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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HBM으로 돈 벌었다길래 뒤늦게 올라탔다가 매일 밤 잠만 설치는 중

남들 다 번다던 HBM 이야기를 듣고 18만 원대에 들어갔던 날

올해 초부터 회사 탕비실이나 점심시간 식당에 가면 온통 반도체 이야기뿐이었다. 평소 주식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조차도 고대역폭 메모리라는 단어를 하루에 몇 번씩 들었는지 모른다. 엔비디아에 칩을 납품하네 마네 하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매일같이 오르는 걸 보는데, 나만 소외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 싶어서 쳐다만 보다가, 결국 18만 원대 후반이라는 꽤 높은 가격대에 매수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솔직히 HBM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구동되는지, 기존 D램이랑 뭐가 그렇게 크게 다른지 기술적인 메커니즘은 지금도 잘 모른다. 그저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무조건 쓰인다고 하니까, 대세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조바심이 앞섰던 것 같다. 내가 사자마자 며칠 동안은 몇만 원 정도 빨간 불이 들어오길래 정말 20만 원을 넘어서 쭉쭉 갈 줄로만 알았다. 그때 조금이라도 익절을 했어야 했는데, 주식을 잘 모르는 초보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화근이었다.

미국 빅테크가 흔들리니까 덩달아 곤두박질치는 국내 반도체 주가

그렇게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중에 갑자기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과도하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뉴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설마 했는데 그 여파가 고스란히 국내 시장으로 넘어왔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흔들리니까 내가 산 종목은 아주 날개 없는 추락을 하듯이 떨어졌다. 하루 만에 9%가 빠지고 그다음 날 또 두 자릿수 가까이 빠지는 걸 보면서 멍해졌다.

기사에서는 외인들이 차익실현을 하느라 물량을 던졌다고 하는데, 왜 그 물량을 내가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어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미국 반도체 지수가 조금만 떨어져도 한국 반도체 주식들은 두 배로 두들겨 맞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반대로 미국이 오를 때는 또 그만큼 시원하게 따라가지도 못하는 것 같아서, 이래서 사람들이 국장을 탈출해서 미국 주식을 하라고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개별 종목 대신 KODEX 미국반도체MV로 갈아탈 걸 그랬나 싶은 뒤늦은 미련

이러다 계좌가 아예 망가지는 것 아닌가 싶어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니,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견디기 힘들면 차라리 ETF를 사라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KODEX 미국반도체MV 같은 상품을 들고 있던 사람들은 그나마 미국 빅테크의 기초체력 덕분에 버틸 만하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그걸 보니 내가 왜 무작정 하이닉스 하나에만 비중을 크게 실었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당시에 개별 주식을 살 돈으로 차라리 반도체 ETF를 적립식으로 모아갔다면 마음고생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같은 반도체 사이클을 타는 거라면, 차라리 엔비디아나 TSMC 같은 글로벌 대장주들이 묶여 있는 상품이 장기적으로는 더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미 마이너스 15%가 넘어가는 파란 숫자를 보고 있자니, 이제 와서 이걸 손절하고 ETF로 갈아타는 것도 손실을 확정 짓는 꼴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미래에셋증권 앱을 지웠다 깔았다 반복하며 흘려보낸 퇴근길 시간들

요즘 내 퇴근길 일상은 참 피폐하다. 저녁 6시 반쯤 신분당선 지하철을 타면 나도 모르게 미래에셋증권 M-STOCK 앱을 켜서 계좌를 확인한다. 확인해 봤자 가격이 변할 시간도 아닌데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인다. 파란색으로 찍혀 있는 마이너스 평가 금액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져서 일부러 앱을 스마트폰 화면에서 지워버린 적도 있다. 안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밤 10시 반이 넘어서 미국 증시가 개장할 시간이 되면 결국 다시 앱스토어에 들어가 로그인 비밀번호를 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미 증시가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따라 내일 아침 내 계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안 볼 수가 없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고 있으니 배터리는 늘 15% 미만으로 깜빡이고, 내 정신도 피곤함으로 가득 찬다. 주식 하나 때문에 일상의 평온함이 이렇게 쉽게 흔들릴 줄은 몰랐다.

전문가들의 낙관론과 달리 내 계좌의 파란 불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찝찝함

증권사 리포트나 뉴스에서는 여전히 HBM 수요가 견고하고, 인공지능 트렌드는 꺾이지 않았으니 지금이 분할 매수 기회라는 식의 희망적인 말들을 쏟아낸다. 심지어 42만 원까지 갈 수 있다는 닉네임을 붙여가며 장기 투자를 권하는 전문가도 보았다. 하지만 당장 내 계좌에 찍힌 손실액을 메꿔주지 않는 낙관론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 물타기를 더 했다가 지하실로 더 내려가면 어쩌나 하는 공포심이 더 크다. 그렇다고 지금 다 팔고 나가자니 내가 팔자마자 다시 반등할 것 같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래저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하루에도 몇 번씩 주가 창을 확인하는 일만 반복하고 있다. 주식이라는 게 참 시작하기는 쉬운데, 물리고 나면 빠져나오는 건 내 의지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아무런 감도 잡히지 않는다.

“남들 다 HBM으로 돈 벌었다길래 뒤늦게 올라탔다가 매일 밤 잠만 설치는 중”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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