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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조건검색식을 만들며 느낀 솔직한 회의감

직장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틈틈이 주식 투자를 병행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나만의 확실한 필승 조건검색식’을 만들겠다는 환상에 빠지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HTS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지표를 조합하면 시장을 이기는 알고리즘을 짤 수 있을 거라 믿었죠. 하지만 실제로 3개월간 머리를 싸매고 조건검색식을 돌려본 결과, 현실은 그렇게 깔끔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과최적화의 함정’입니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래량 50만 주 이상, 이동평균선 정배열, 외국인 순매수 지속 등 4~5가지 조건을 까다롭게 걸어보면, 지난 1년 수익률이 200%가 넘는 결과가 나옵니다. 문제는 그 검색식에 걸리는 종목이 어쩌다 일주일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희귀 종목’이라는 점이죠. 실제로 이 식을 실전에 적용해 보면, 조건이 맞는 날에는 시장 자체가 급락 중이라 결국 손절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겪은 가장 큰 실수는 ‘지표의 순서’를 과신했다는 것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거래대금 100억’이나 ‘전고점 돌파’ 같은 단편적인 조건에만 집착하는데, 사실 중요한 건 시장의 유동성 흐름입니다. 예를 들어, 작년 하반기에 제가 실험했던 조건식 하나는 확실히 수익을 냈지만, 올해 들어 시장 성격이 바뀌니 정확히 마이너스 15% 수익률을 찍더군요. 기대했던 ‘자동 수익’은커녕, 매일 아침 검색 결과만 들여다보느라 정작 중요한 업무 시간에 집중력을 잃는 주객전도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주식 조건검색을 활용할 때 사람들은 흔히 ‘이것만 있으면 매매가 편해지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도구는 의사결정을 자동화해 주는 게 아니라 ‘관심 종목을 줄여주는 필터’일 뿐입니다. 저의 경우, 단순히 수익률이 높은 종목만 찾는 게 아니라 ‘관리종목 제외’, ‘시가총액 500억 미만 제외’ 같은 방어적 조건부터 먼저 넣었습니다. 이 순서를 바꾸는 순간 검색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 됩니다. 경험상 조건은 3개 이내로 단순하게 가져가는 게 오히려 실전에서는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이 과연 효율적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가끔은 조건검색식에 뜨는 종목을 무시하고 그냥 우량주를 사서 묻어둔 친구가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걸 보면 허탈할 때도 많죠. 결국 로보어드바이저가 아무리 발전해도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나 정치적 리스크를 검색식이 완벽히 읽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세운 퀀트적인 규칙이 시장의 비이성적인 공포 앞에서는 종이 조각처럼 무너지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본인이 아직 주식 시장의 흐름을 읽는 감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조건검색식에 너무 의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스스로 차트를 돌려보며 ‘왜 이 종목이 올랐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검색식 한 개 더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경험이 됩니다. 반대로 이미 자신만의 매매 철학이 확고하고, 특정 테마의 흐름을 읽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과정이 좋은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 시작한다면 복잡한 식을 짜지 말고 단순히 ‘거래량 급증’ 조건 하나만 걸어놓고 시장을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이 방법조차도 시장 상황에 따라 전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늘 유념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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