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세 개를 늘어놓던 시절의 미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실 한구석에 책상을 두고 모니터를 세 개씩이나 띄워놓고 살았다. 왼쪽에는 뉴스 피드, 가운데는 HTS, 오른쪽에는 엑셀이나 차트를 띄워놓고 말이다. 당시에는 이게 프로의 길인 줄 알았다. 특히 배터리 관련주가 한창 광풍을 일으킬 때, 소위 말하는 ‘뜨는 주식’을 잡으려고 증권시세를 분 단위로 체크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의미 없는 짓이었다. 그 시간에 차라리 잠을 더 자거나 운동을 하는 게 계좌 잔고를 지키는 길이었을 텐데. 모니터 사이로 파란 불과 빨간 불이 번갈아 들어올 때마다 심장도 같이 요동쳤던 기억이 난다. 당시 모니터 하나당 대략 20만 원 중반대 제품이었으니, 장비에 투자한 돈만 해도 꽤 컸다. 결국 그 세 개의 모니터는 지금 다 치워버리고 지금은 아이패드 하나로 대충 시장 상황만 확인한다.
무서운 줄 모르고 뛰어든 레버리지 투자
주변에서 AI 투자가 평생에 한 번 올 기회라느니, 당장 올라타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 나도 흔들렸다. 뉴스에서 한국 청년들이 레버리지로 순식간에 억 단위 돈을 날렸다는 보도를 보고도 ‘나는 다르겠지’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 3억까지는 아니어도 꽤 큰돈을 신용으로 굴려봤는데, 정말 시장이 한 번 급락하니까 정신이 아득해지더라. 공매도 이슈나 정책적인 변화가 생길 때마다 빚투 자금이 증발하는 게 눈에 보였다. 당시 3주 동안 증발한 자금 규모가 800억 원이 넘는다는 기사를 보면서 내 잔고도 비슷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때 느꼈다.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욕심이 너무 과했다는 걸.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클릭 몇 번이면 수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환경이 때로는 축복이지만, 가끔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주식 분석보다 중요한 것들
최근에는 주식 분석을 한다고 하루 종일 HTS를 붙들고 있지 않는다. 예전에는 해외 증권사 리포트까지 챙겨보며 대단한 분석가라도 된 것처럼 굴었는데, 정작 수익률은 시장 지수만큼도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동네를 걷는 게 훨씬 정신 건강에 좋다. 물론 여전히 주식 투자는 하고 있다. iM뱅크 같은 곳에서 비대면으로 계좌를 관리하는 건 이제 너무나 일상이 되었고, 딱히 어려운 것도 없다. 다만 예전처럼 1분 1초를 다투며 호가창을 노려보는 행위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결과가 고작 몇만 원의 수익이라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노동이다. 나쁜 노동.
막연한 불안감과 여전한 의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마음이 흔들린다. 경기는 엉망이라는데 집세는 오르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주식 대박 소식은 여전히 달콤하다. 예전처럼 모니터를 여러 대 띄워놓고 밤새 분석하지는 않지만, 어플 알림이 울릴 때마다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게 공부를 안 해서 불안한 건지, 아니면 시장 자체가 비정상이라 그런 건지 도통 감이 안 잡힌다. 개인회생 관련 글들을 보면 주식이나 코인으로 빚을 졌다는 사연이 참 많은데, 나도 언젠가 저런 상황에 놓이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싶어 가끔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끝내지 못한 고민
지금 다시 투자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아마 모니터를 사지 않았을 거다. 그 돈으로 책을 사거나 맛있는 거나 사 먹을걸. 지금도 계좌를 열면 파란색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이제는 크게 놀라지도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사실 이 투자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내가 은퇴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남들은 AI 산업이 미래라고 하고, 누구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하지만, 정작 내 지갑은 매달 카드값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다음 달에는 좀 더 여유롭게 투자를 해볼 생각인데, 말은 이렇게 해도 또 막상 장이 열리면 허둥지둥 매수 버튼을 누르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수익률만 보다가 위험 관리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네요. 특히 저도 욕심 때문에 크게 손해 보는 바람에.
뉴스에서 봤던 것처럼, 시장이 급변할 때마다 불안감이 느껴지네요. 특히 개인회생 이야기는 정말 속상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