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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앱 깔다가 며칠을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엔 그냥 수수료 평생 혜택이라는 말에 혹했다

지나가다가 광고 배너를 하나 봤다. 신규 계좌를 개설하면 국내 주식 수수료를 평생 무료로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예전부터 쓰던 증권사 앱이 너무 무겁고 느려서 짜증이 나던 참이었다. 사실 증권사 앱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었는데, 막상 앱스토어에서 순위 높은 것들 몇 개를 골라 설치해보니 생각보다 차이가 컸다. 누군가는 계좌 개설이 3분이면 된다고 하던데, 나는 본인 확인하고 뭐하고 하느라 거의 30분은 씨름한 것 같다. 특히나 보안 프로그램이 자꾸 충돌을 일으켜서 스마트폰을 두 번이나 껐다 켰다. 그 과정에서 이미 약간 진이 빠졌던 것 같다. 처음에 증권사 어플리케이션을 깔 때 요구하는 권한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내 주소록이랑 사진첩은 왜 다 열람하겠다는 건지. 찜찜하지만 그냥 다음을 누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좀 불쾌했다.

1만 포인트 전망이 쏙 들어간 뒷북 리포트들

새 계좌를 만들고 나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투자 리포트를 몇 개 읽어봤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가 1만 포인트는 우습게 갈 것처럼 써놓은 보고서들이 수두룩하더니, 최근에 들어가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전망치를 슬쩍 낮춰놨더라. 이게 무슨 정보라고 매번 챙겨봐야 하는 건지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 사람들이 쓴 글을 보고 내 소중한 목돈을 굴릴 상품을 고르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100만 원 정도 예치해두고 시험 삼아 구리 관련주라고 불리는 종목을 몇 주 사봤는데, 사고 나서 며칠 뒤에 보니 또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역시 남의 말 듣고 사는 건 안 되나 보다.

은행 가서 ETF 상담받다가 든 생각

주말에 급하게 은행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창구 직원이 ETF를 자꾸 권했다. 증권사 계좌가 있는데 굳이 왜 은행에서 수수료를 더 내고 ETF를 사야 하나 싶어서 물어봤더니, 그냥 예금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돌려서 말하더라. 알고 보니 수수료 구조가 은행 측에서 가져가는 게 쏠쏠한 것 같았다. 증권사에서 직접 거래하면 수수료가 거의 0에 가까운데, 은행 특정금전신탁을 통하면 매매 수수료가 훨씬 비싸다. 5대 은행들이 다 이런 식으로 퇴직연금이나 자금들을 ETF 쪽으로 돌리려고 혈안이 된 것 같다. 삼성생명 같은 보험사들도 이제 ETF 자동 운용 상품을 내놓는다고 하니, 누가 더 수수료를 덜 떼어가나 눈치싸움만 치열해진 모양이다.

반대매매라는 무서운 단어의 실체

주식장 분위기를 좀 파악해보려고 뉴스들을 찾아보면 꼭 ‘반대매매’ 이야기가 나온다. 신용거래, 즉 빚내서 주식을 산 사람들이 많아지면 주가가 조금만 흔들려도 아침마다 강제로 주식을 내다 파는 물량이 쏟아진다고 한다. 그게 하락을 더 부추긴다는 논리인데, 사실 내 돈으로만 조금씩 소액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면서도 덜컥 겁이 난다. 내가 가진 주식이 갑자기 파란불을 켜고 내려갈 때, ‘혹시 이것도 누군가의 반대매매 때문에 밀리는 건가?’ 하는 엉뚱한 의심만 들기 시작했다. 주식 시장이라는 게 참 냉정하다는 걸 매번 느낀다.

결국 다시 앱을 켜지만 왠지 찜찜하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예전에 쓰던 증권사 앱을 켰다. 신규 혜택 때문에 새로 만든 계좌가 있긴 하지만, 막상 쓰려니 인터페이스가 너무 낯설어서 손이 잘 안 간다. 100만 원 정도 넣어서 굴리던 목돈은 몇 달째 제자리거나 마이너스 근처를 왔다 갔다 한다. 딱히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는데, 그냥 은행 예금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시작한 게 이렇게 매일 아침 장 시작 시간을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처음부터 적금이나 넣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미 발을 들여놓았으니 어쩔 수 없다. 오늘도 그냥 증권사 앱 접속해서 현재가나 한 번 더 확인하고 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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