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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IL을 조금씩 사모으다 보니 계좌가 묘하게 꼬였다

천연가스라는 게 참 마음대로 안 되더라

처음엔 다들 그렇듯 뉴스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를 거라는 소식을 듣고 혹했다. 그때 마침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야기도 나오고 에너지 관련주들이 꿈틀댄다는 기사가 많았으니까.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ProShares Ultra Bloomberg Natural Gas, 그러니까 BOIL이라는 종목을 몇 주 매수했다. 당시에는 그냥 2배 수익을 준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지, 이게 시간이 갈수록 녹아내리는 구조라는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서학개미들이 많이 산다는 순위권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길래 그냥 남들 하는 거 따라 한 게 컸다. 막상 계좌에 담아두고 보니 이게 주식인지 아니면 그냥 시한폭탄인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2배 레버리지의 배신

BOIL을 사고 나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주가가 오를 때는 참 시원하게 오르는 것 같은데, 며칠만 지나면 횡보를 해도 내 계좌는 마이너스를 찍고 있다는 점이었다. TQQQ나 SOXL 같은 걸 할 때도 느꼈지만, 이 2배짜리 레버리지 ETF들은 매일매일 변동성을 추종하다 보니 장기 보유가 얼마나 무서운지 매일 깨닫는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조금만 삐끗해도 주가는 거의 수직 낙하하는 느낌이다. 밤마다 미국 증시를 확인하는데, 가끔 5~6%씩 빠져있는 걸 보면 그냥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온다. 이게 단순히 시장 상황 탓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인지 그때는 정말 몰랐다. 그냥 ‘이번엔 오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버텼던 게 전부였다.

토스증권 화면에서 본 낯익은 이름

어느 날 토스증권을 켰는데, 올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주목한 종목 중에 3위가 금양이고 4위가 BOIL이라는 문구를 봤다. 나만 이러고 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 묘한 동질감과 동시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사람들은 다들 한탕을 노리는 걸까, 아니면 정말 천연가스의 미래를 보고 들어온 걸까. 100달러를 넣었을 때와 200달러를 넣었을 때의 심리적 압박감은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내가 투자를 하는 건지, 아니면 도박을 하는 건지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는 그냥 남들이 다 하니까, 그리고 왠지 모를 유행처럼 번지길래 나도 편승했던 것 같다.

애매하게 물린 채로 남은 잔상

결국 지금 내 계좌에는 BOIL이 아주 애매한 비중으로 남아있다. 본전 근처까지 오면 그냥 다 팔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천연가스 가격이 꿈틀대면 ‘조금 더 버텨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목표가가 얼마네, 향후 전망이 어떻네 하는 리포트들이 나오지만 그런 건 이제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가격과 내 통장의 잔액만이 유일한 진실처럼 느껴질 뿐이다. 주변에서는 SPY나 QQQ 같은 지수 추종 ETF를 하라고들 하지만, 이미 이 변동성의 맛을 한번 보고 나면 그런 지루한 것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속 편하게 적립식으로 모아갈걸 하는 후회도 계속된다.

끝맺지 못한 생각들

결국 이게 성공적인 투자였는지, 아니면 그냥 내 돈을 갈아 넣은 이벤트였는지 지금은 정의할 수 없다. 매일 차트를 확인하고, 조금 오르면 기뻐하다가 다시 떨어지면 우울해지는 이 루틴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어쩌면 애초에 천연가스라는 변동성 높은 상품에 손을 댄 것 자체가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걸 더 담을지, 아니면 과감하게 정리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사실 내일 밤이 되면 또 별 고민 없이 차트만 보고 있을 것 같다. 이게 나의 실력인지, 아니면 그냥 운에 맡기는 건지 가끔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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