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한다는 미국주식에 뒤늦게 관심이 생겼던 이유
본격적으로 미국투자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작년 가을쯤이었다. 그전까지는 주식이라고 하면 그저 먼 나라 이야기 같았고,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던 이화공영주식 같은 국내 테마주나 정치인 관련주 소문이 전부였다. 그런 위험해 보이는 종목에 손을 댔다가 돈을 날렸다는 삼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터라, 주식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회사의 한 직장 동료가 나스닥100ETF를 꾸준히 사 모아서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는 이야기를 툭 던졌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 그 친구의 스마트폰 화면 속 초록색 수익률을 보니 내가 너무 도태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 블로그와 유튜브를 뒤져가며 주식하는방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부터 외화 환전까지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해 보였지만, 막상 토스증권 앱을 깔고 신분증을 촬영하니 몇 분 만에 계좌가 만들어졌다. 세상이 참 편해졌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렇게 쉽게 돈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적은 돈으로 시작하기 좋다고 해서 골라본 SPLG 주식
처음에는 누구나 다 아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려고 했다. 그런데 대표적인 상품인 VOO나 SPY 같은 것들은 한 주당 가격이 400달러를 훌쩍 넘어갔다. 내 용돈 수준에서 매달 한 주씩 사기에는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것이 SPLG였다. VOO와 똑같이 S&P 500을 추종하면서도 SPLG주가는 1주당 당시 50달러에서 60달러 안팎이어서 훨씬 접근하기 편했다. 수수료율도 0.02% 정도로 VOO의 0.03%와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미세하게 낮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다. 매달 치킨 한두 번 덜 먹고 SPLG를 한 주씩 사 모으면 나중에 꽤 큰돈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매주 혹은 매달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몇 주씩 매수를 누르기 시작했다. 주당 단가가 낮다 보니 계좌에 주식 수가 늘어나는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환전 수수료와 거래 수수료를 떼이고 나면, 한두 주 사서 생기는 미미한 배당금이나 주가 상승분이 그리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맥이 빠지기도 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오른다던 TMF에 손을 댔을 때의 혼란
그러다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추천하는 글에 혹해 다른 종목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장기 채권에 3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TMF였다.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가 정점에 달했고 곧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였다. 사람들은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오르니, 3배로 움직이는 TMF를 지금 사두면 금방 두 배 세 배가 될 거라고 떠들어댔다. 나도 솔깃해서 TMF주가가 50달러 선을 유지할 때 일부 금액을 덜컥 매수했다. 3배 레버리지의 무서움을 그때는 잘 몰랐다. 주가가 횡보하기만 해도 계좌가 조금씩 깎여나가는 소위 ‘음의 복리’ 현상을 뼈저리게 겪었다. TMF주가는 내 기대와 달리 40달러, 30달러 선으로 계속 미끄러졌고, 물타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내 계좌의 평가 손실률은 마이너스 3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의 전망이라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리고 남들의 말만 믿고 섣불리 레버리지 상품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몸소 배우게 된 셈이다.
실시간 나스닥 선물 지수를 밤마다 들여다보며 생긴 불면증
보유한 종목이 늘어나고 손실이 나기 시작하자 마음의 평화가 깨졌다. 매일 밤 10시 반에 열리는 미국 증시 시간에 맞춰 스마트폰을 켜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낮 시간에도 회사에서 몰래 실시간나스닥100선물지수를 조회하는 창을 띄워놓고 틈틈이 새로고침을 눌러댔다. 낮에 선물 지수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그날 밤 내 계좌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느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서도 오늘의증시현황 뉴스를 검색하며 야간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니터링했다. 새벽 1시가 넘어서도 화면 속 빨간 불과 파란 불의 깜빡임에 일희일비하다 보니 만성 피로와 불면증이 찾아왔다. 누군가는 체계적인 알고리즘이나 수식을 활용해 감정을 배제하고 퀀트투자를 하라는데, 평범한 직장인인 나에게는 그런 정교한 방식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그냥 편하게 은행에 매달 적금을 붓거나, 차라리 마음 편히 운용을 대신 해주는 미국펀드 같은 간접 투자 상품에 돈을 넣어둘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모바일 앱으로 해외 주식을 거래할 때 겪은 자잘한 번거로움
거래를 계속하면서 모바일 트레이딩 앱의 사소한 불편함들도 하나둘 거슬리기 시작했다. 요즘 앱들은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나 자동 환전 서비스를 워낙 잘 제공한다고 광고하지만, 막상 실전에서 써보니 애매한 구석이 많았다. 밤에 주가가 급락할 때 원화로 바로 매수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에서 임의로 정한 가환율로 임시 결제된 뒤 다음 날 아침에 실제 환율을 적용해 정산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산 금액이 미세하게 달라져 예수금이 마이너스가 되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원화가 빠져나가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이를 피하려고 낮 시간에 미리 환전을 해두려고 하면 바쁜 업무 중에 깜빡하기 십상이었고, 결국 밤늦게 수수료 우대율이 조금 떨어지는 시간대에 울며 겨자 먹기로 환전을 진행해야 했다. 게다가 소수점 거래는 실시간 매매가 아니라 증권사에서 주문을 모아서 체결시키는 방식이라, 내가 원하는 정확한 타이밍의 가격에 주식을 사지 못하는 답답함도 있었다.
환율과 수수료 때문에 결국 무엇이 이득인지 헷갈리는 상태
지금도 내 주식 계좌에는 파란 불이 들어와 있는 TMF와 약간의 수익을 내고 있는 SPLG가 뒤섞여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본전치기나 다름없는 상태인데, 그동안 밤잠을 설치며 들여다본 시간과 신경 쓴 에너지를 생각하면 명백한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달러 환율이 오를 때는 원화 기준으로 평가 금액이 커져서 기분이 좋았다가도,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주가가 올라도 손실로 변하는 상황을 보면서 환율 변동까지 신경 써야 하는 미국 투자가 참 피곤하게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미국 주식만이 답이라며 기술주에 올라타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제 밤마다 시세창을 켜는 것 자체가 지치기 시작했다. 주식을 다 팔고 그냥 속 편하게 정기예금에 넣어둘까 싶다가도, 여태까지 겪은 고생이 아까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오늘 밤에도 미국 증시가 개장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 같다.

환율 때문에 수수료 계산하는 게 정말 복잡하네요. 저는 세금까지 고려하면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SPLG,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처음엔 간단해 보이더니 환전 수수료 때문에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