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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만 원 이벤트에 낚여서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퇴근길에 흘려듣던 뉴스에서 KORU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지하철 9호선 급행을 타고 퇴근하는데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다가 KORU라는 생소한 ETF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한국 코스피 3배 레버리지라는데, 여기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였다.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판이 커졌다는 뉴스를 읽으면서 세상에는 정말 겁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 같은 직장인은 고작 며칠 동안 몇 프로 떨어지는 것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3배짜리 레버리지를, 그것도 밤낮없이 돌아가는 해외 시장에서 거래한다는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솔직히 나도 옛날에는 대박을 바라고 급등주를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결국 남는 건 마이너스 계좌와 스트레스뿐이었다.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런 위험한 상품들이 왜 존재하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요즘처럼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더 자극적인 걸 찾는 모양이다.

원래는 스타벅스 쿠폰이나 받으려고 주식계좌이벤트를 뒤적거렸는데

내가 주식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것도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냥 은행 금리가 너무 낮아서 뭐라도 해볼까 하던 차에, 친구가 주식계좌이벤트 링크를 보내주면서 신규 가입하면 현금 2만 원이랑 해외 주식 쿠폰을 준다고 해서 시작했다. 그때 개설했던 증권사 앱을 아직도 쓰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그 2만 원 받겠다고 가입해서 지금까지 날려 먹은 수수료와 원금이 훨씬 더 많다. 요즘도 새로운 증권사에서 계좌 개설하면 소수점 주식을 주거나 거래 수수료를 낮춰준다는 광고가 뜨면 가끔 솔깃해서 들어가 보곤 한다. 하지만 이미 사용 중인 앱의 화면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새로운 앱을 깔고 인증서를 옮기는 그 과정 자체가 귀찮아 그냥 쓰던 걸 계속 쓰게 된다. 그렇게 들어간 앱 화면에는 늘 빨간 불과 파란 불이 번갈아 켜져 있고, 내 마음도 덩달아 갈팡질팡한다.

실시간미국선물지수를 들여다보며 점심을 먹는 피곤한 일상

직장 동료들과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면서도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켜서 실시간미국선물지수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수가 시퍼렇게 질려 있으면 그날 오후 업무는 왠지 집중이 안 되고 괜히 짜증이 난다. 이란이랑 미국이 뭐 어쨌다느니,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진다느니 하는 복잡한 매크로 이슈들은 사실 기사를 아무리 읽어도 내 머리로는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매일 아침에는 오른다고 했다가 오후에는 폭락 원인을 분석하느라 바쁜 걸 보면, 결국 다 지나고 나서 짜맞추는 소리 아닌가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TIGER미국S&P500 같은 안전해 보이는 ETF조차도 환율 변동과 미국 지수 움직임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이 요동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매일 밤 11시 반이 되면 미국 증시 개장을 확인하느라 침대에서 폰을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이 참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다음 날 아침 7시에 알람을 듣고 겨우 일어나면서 매번 오늘 밤에는 일찍 자야지 다짐하지만 잘 안 된다.

예전에 사둔 중국 관련 ETF와 알리바바 주가가 주던 묵직한 답답함

한때 차이나 전기차가 대세라고 해서 나도 남들 살 때 슬쩍 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를 포트폴리오에 담았었다. 중국 시장이 워낙 크니까 시간만 지나면 무조건 오를 줄 알았는데, 그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알리바바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해외 개별 주식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중국 정부의 규제니 뭐니 하는 변수들은 내가 어찌해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손절 타이밍을 놓쳐서 그냥 계좌 구석에 방치해 두었는데, 가끔 앱을 켤 때마다 보이는 마이너스 40%라는 숫자는 볼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홍콩 항생 지수가 급락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물타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도 이제는 중국 쪽에 더는 돈을 넣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이 든다. 결국 투자는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 해야 한다는 당연한 소리를 뼈아프게 깨달았지만, 이미 묶여버린 내 돈은 언제쯤 본전 근처라도 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유진로봇이나 개별 급등주를 기웃거리다 결국 적립식펀드로 돌아오는 순환

로봇 테마가 한창 돌 때는 유진로봇주식 같은 종목들이 상한가를 치는 걸 보며 나도 저기 탑승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했었다. 남들이 며칠 만에 수십 퍼센트씩 수익을 냈다는 인증 글을 보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결국 참지 못하고 추격 매수를 했다가 물려서 고생한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 변동성 심한 종목들은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주가가 쑥 빠져버리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대응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회의 한 번 하고 나오면 계좌가 엉망이 되어 있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역시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매달 일정 금액을 넣는 적립식펀드나 지수 추종 ETF가 맞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매번 화끈한 수익을 꿈꾸며 테마주 주식정보를 찾아 헤매다가도, 결국에는 가장 지루하고 느린 방식으로 돌아오게 되는 악순환을 몇 년째 반복하고 있다.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매주 주식 시황을 쳐다보는 이유

이번주주식 시장은 또 반도체주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난리가 날 거라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코스피가 2400선이니 2500선이니 하면서 매일 지수가 출렁이는데, 내가 산 주식들은 왜 지수가 오를 때는 가만히 있고 떨어질 때만 같이 떨어지는지 모르겠다. 지수 추종이 답이라며 TIGER미국S&P500을 매달 30만 원씩 적립식으로 사기로 결심해 놓고도, 매일 실시간 선물 지수를 확인하며 일희일비하는 내 모습을 보면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진다. 돈을 벌고 싶어서 시작한 주식인데, 돈보다 정신 건강을 더 많이 잃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그렇다고 당장 주식을 다 팔고 예금만 넣자니 인플레이션 때문에 내 돈의 가치가 깎여나가는 것 같아 억울하다. 아마 다음 주에도 나는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미국 장이 열리는 걸 보며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 같다. 딱히 뾰족한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짓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결국 2만 원 이벤트에 낚여서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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